ETF 샀다고 분산투자? 주방은 여전히 삼성전자 하나다
하루 34조 원 거래되는 ETF 시장. 대표지수형이든 배당주든 가치주든, 뚜껑 열면 삼성전자가 버티고 있다. 코스피 급반등 국면에서 'ETF로 안전하게 샀다'는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인지 따져본다.
코스피가 이틀 연속 폭락 후 9.6% 급반등했다. 그 순간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한 행동은 ETF 매수였다.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그냥 지수 ETF 사면 되지'라는 논리. 얼핏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런데 잠깐. 당신이 산 그 ETF, 상위 10개 편입 종목 확인해봤는가?
뷔페처럼 보이지만, 주방은 하나다
내가 보기에 한국 ETF 시장의 가장 큰 함정은 '다양성의 착시'다. 대표지수형 ETF, 배당주 ETF, 가치주 ETF, 심지어 방산 ETF까지 — 메뉴판은 화려하다. 하지만 주방을 들여다보면 삼성전자가 거의 모든 냄비에 들어가 있다.
실제로 ETF 업계 관계자들도 인정한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부분의 지수에 공통으로 편입되는 구조상, 서로 다른 ETF 3~4개를 담아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로의 집중은 피하기 어렵다. 분산한 줄 알았는데 사실상 동일 종목을 세 번 산 셈이다.
하루 거래액 34조 원. 이 돈이 ETF를 통해 동시에 같은 종목으로 쏠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지수 급락 시 ETF 환매 압박이 집중 매도로 이어지고, 그 매도가 다시 지수를 끌어내리는 구조다. 분산투자 상품이 오히려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역설이다.
JP모건 낙관론,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
JP모건이 코스피 7,500을 제시했다. 외국인이 4월 4일 순매수로 전환했다는 데이터도 나왔다. 이걸 근거로 ETF 매수를 정당화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이 사는 종목과 ETF가 담는 비중이 일치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외국인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형주를 선별적으로 매수할 수 있다. 반면 코스피200 ETF를 사면 금융주, 유틸리티, 심지어 실적 부진 종목까지 한꺼번에 떠안는다. 외국인의 전략과 개인의 ETF 매수는 겉만 비슷하고 속은 다른 베팅이다.
진짜 리스크 관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당장 증권사 앱을 열어라. 보유 ETF의 편입 종목 상위 10개를 펼쳐보면 된다. 삼성전자가 몇 개 ETF에 중복으로 들어가 있는지, 실질 삼성전자 비중이 포트폴리오의 몇 퍼센트인지 계산해보라. 5%라고 믿었던 비중이 실제로는 20%를 넘는 경우를 나는 숱하게 봐왔다.
분산의 착각은 무지보다 위험하다. 모른다는 걸 아는 사람은 조심이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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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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